[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 잠실의 폭죽 축제가 끝나고 나면

2019.12.18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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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의 폭죽 축제가 끝나고 나면 작품 요약정보

이 름

제 목

잠실의 폭죽 : 축제가 끝나고 나면

작품요약

제게 잠실운동장은 유년의 추억과 감정의 밀실로서 어떤 장소성이 있는 공간입니다. 오랜만에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관람을 위해 그곳을 찾았고, 주경기장에서 공연의 처음과 끝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아주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잠실운동장을 향했던 기억이 있다.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하루 종일 들떴던 어린 마음만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잔디밭을 걷던 내가 여기에 꼭 다시 올 것이라며 또렷한 눈빛으로 말했다고 한다. 마치 유년의 깃발을 꽂듯이. 어느새 우여곡절을 거쳐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커다란 광장을 가진 서울에서 대학 수업을 들으며 미래를 쌓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내게 이곳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유년 시절의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잠실운동장에는 무수한 흔적들이 있다. 군데군데 벗겨진 칠과 살짝 끼어있는 물때가 세월을 읊어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누구에게나 열려있었음에도 한 쪽 모서리에 가만히 서 있자면 왠지 나만을 위해 그려진 밀실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곳은 흐린 날에도 찌푸림이 없다. 산새의 재빠른 날갯짓이 구름보다 하얗고, 두어 번 붙였다 뗀 포스트잇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날벌레들은 그 사이의 공간에서 활개를 친다. 정돈된 인도는 가지런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곧게 뻗어 낭창한 주경기장 건물이 먼 곳을 바라보며 기개를 펼치며 사람들의 함성을 담는다. 생명력이 넘치는 풍경은 삶에 대한 모든 걱정을 아득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특별해지는 그곳. 정말 오랜만에 발걸음을 향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려왔던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의 마지막 콘서트가 잠실운동장의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흔히 막콘이라고 줄여 부르는 공연이 다가오면 오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환희의 정점에서 이별을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끝과 시작의 경계점이기에 더욱 아쉽고 허무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렇게 가슴 한 구석에 쓸쓸한 기분을 담은 채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오프닝 VCR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다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첫 무대를 열었던 를 시작으로, 멤버 개개인의 훌륭한 솔로 무대들이 펼쳐졌다. 딱딱 맞는 방탄소년단의 군무는 시각적인 짜릿함을 선사해주었고, 그들 특유의 미적인 가사를 따라 부르며 수만 명과의 거대한 소속감을 공유했다. 늦가을바람의 찬기가 코끝으로 찌르듯 달려들었지만 그다지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덧 어둑해진 하늘에는 희끄무레한 잔월만이 남았다. 그 조그마한 손톱달이 무디게 박힌 채로 벌겋게 달아오른 노을을 부수었다. “어쩌면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것은/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앙코르곡인 <소우주>의 노랫말이 공연장을 채우면 축제는 막을 내릴 준비를 한다. 해가 다 져서 감색이 된 하늘을 배경으로 드론들이 떠올라 수성, 금성, 지구부터 해왕성까지의 은하계를 만들었다. 반짝이는 하나의 소우주가 완성되고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로고가 그려졌다. 그리고 화려한 폭죽의 향연. 밤을 수놓는다는 표현은 어쩐지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장면에서는 가장 알맞았다고 자신한다. 하나씩 쏘아 올린 화화(火花)는 끄트머리까지 가서야 제 할 일을 마치고 고꾸라졌다. 발랄한 오렌지색부터 금세 침몰할 것만 같은 초록색, 심장을 닮은 빨간색 등이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관객석을 가득 채운 둥근 아미밤(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응원도구이다. 첨부한 사진 속 폭탄 모형의 응원봉.)’들은 별처럼 반짝거리며 보랏빛을 더해줬고, 타오르며 번지는 빛의 멍울들이 축제의 절정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폭죽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가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공연은 막을 내린다. 조명이 꺼진 장내에는 얇은 종잇조각들이나 불꽃의 잔해 같은 것들이 깔린다. 까만 유니폼 굿즈를 입은 스태프들이 온통 황폐해진 무대로 달려와서 열심히 쓸고 닦는다. 그 흔적들이 완전히 없어지고 나면은 정말로, 공연이 끝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왠지 지독히 낭만적인 감상에 갇히게 된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약 7만 명을 수용할 만큼 대규모의 좌석을 소유한 스타디움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히는 공연장이며, 가수에게도 팬들에게도 궁극적인 목표로 자주 언급된다. 온전히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으로 그 자리들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가수로서의 어떤 아우라를 가지게 되는 일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투어의 처음과 끝을 주경기장에서 개최함으로서 자신들이 가진 정점의 아우라를 긍과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구 악스홀(YES24 라이브홀)’에서 그들이 흘렸던 땀방울의 서사를 기억한다. 2천 명 가량의 관객들 앞에서 청춘의 아픔을 부르짖던 소년들, 자신들에게는 대상보다 밥상이 더 어울린다는 자조적인 농담들, 언젠가 체조 경기장에 입성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며 치열하게 노래하던 나날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가 된 오늘, 그들 서사의 집약인 한국에서 함께 걸어준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헌정했다.

누군가를 웃으면서 보내준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가장 기쁘고 화려한 순간에 맞이하는 이별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쓸쓸함을 남긴다. 그 맥없는 루틴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우린 매번 반짝이는 별을 쥐고 함성을 내지른다. 이건 어쩌면 사랑의 모순과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지는(fall)’ 순간은 오르는(rise)’ 것이 아니므로 일종의 상실이자 추락(베르나르 베르베르웃음인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모순적으로 가장 아름답다. 축제의 정점이자 끝에서 밤을 수놓아주는 폭죽처럼 말이다.

공연은 그렇게 정말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폭죽 아래에서 주경기장을 보랏빛 소우주로 만들던 환희의 순간은 영영 남을 것이다. 내가 그곳에 유년의 깃발을 꽂았듯, 소년들에게도 가장 빛났던 갈피 중 하나로 회자되기를 바래본다. “먼 미래, 지나간 우리의 시간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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