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 응답하라1988

2019.12.18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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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작품요약정보

이 름

제 목

응답하라1988

작품요약

88올림픽 경기 관람으로 처음 가 본 잠실운동장의 기억나는 장면과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썼음

 

시간여행 1988

 

친구를 만나러 잠실행 버스를 탔다.

이 버스 노선은 나에겐 특별한 이십 대로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1983, 대학을 졸업하고 잠실 4단지에 있는 직장으로 발령이 나서 어색하게 직장인의 복장을 하고 부푼 마음을 안고 출근하던 20대 초반의 시간으로, 탄천 위 다리를 지날 때는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방석을 가슴에 안고 대기실에서 떨고 있던 긴장한 20대 후반의 시간으로, 또 잠실 아파트를 지나갈 때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환한 보도 위를 또각 거리며 힘차게 걷던 젊디젊은 시간으로 순식간에 여행을 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뛰며 즐거워했던 찬란한 20대 어느 짧은 순간이 머무는 곳은 잠실종합운동장이다.

1988년 가을, 세계인이 주목하던 서울 올림픽이 진행되던 그때는 그 어느 해보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고 서울은 매일매일이 가슴 뛰던 날들이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좋은 일은 없었지만 그냥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신문을 펴면 선수들의 새로운 기록과 힘이 넘치는 모습들이 1면을 장식했고, TV를 켜면 세 방송국에서 온통 경기 중계에 열을 내는 아나운서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소리를 높였다. 그전에 일어나던 각종 어두운 사건사고들은 거짓말같이 잠잠해졌고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미담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들끓던 때였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 없던 나도 금메달 소식을 알리는 태권도와 유도, 레슬링 경기를 보며 TV 앞에서 열광했다. 직접 경기장까지 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다만 작은 TV 화면 속의 클로즈업되는 선수들 얼굴과 선수들의 한 동작 한 동작에 열광하고 안타까워하는 관중들의 모습에 일희일비하던 것이 나의 88올림픽 참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올림픽에서 세기의 관심을 받던 경기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뽑는 100m 남자 경기였다. 당시 세계의 단거리 육상 기록을 갈아치우던 미국의 칼 루이스가 단연 돋보이던 존재였고, 1987년에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을 세운 캐나다의 벤 존슨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과연 100m단거리에서 누가 가장 빠를 것인지, 그리고 9.8초의 벽을 깰 수 있을지 등이 연일 화제였고 당일 경기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예약을 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적같이 한 지인이 경기가 열리던 당일, 표가 두 장 있는데 못 가게 되었다며 직장 동료와 가라고 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에 우린 감격해하며 잠실 경기장을 갔다. 잠실 운동장을 가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올림픽 경기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굴렁쇠를 굴리고, 성화를 태우며 수많은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던 개막식의 꿈같은 장면을 연출했던 그 경기장을 직접 가본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는 100m 경기가 더욱 기대되었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잠실에 도착했다. 종합운동장 앞은 수많은 사람들과 설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우리도 그 인파에 섞여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경기만을 생각하던 나는 입구의 계단을 오르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장면보다 더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둥근 타원형의 대형 스탠드에는 화려한 색깔의 인간 군상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외국인들이 그렇게나 많이 우리나라에 왔는지 몰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는 약 70% 이상이 우리와 다른 피부와 머리, 옷 색깔로 알록달록 채워져 있었다. 운동장 가까이에는 대포 같은 카메라들이 즐비하게 선수들을 주시했고, 한낮의 가을 태양이 내리쬐는 관중석에는 웃통을 벗은 백인들과 구릿빛 두상에 달라붙은 듯 짧고 동글동글한 곱슬머리의 흑인들이 초록빛의 운동장에 있는 선수들보다 더 나의 시선을 빼앗았다.

당시만 해도 해외로 자유여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던 때라 외국인들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해외여행을 많이 한 지금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한 공간에서 본 적은 없었다. 경기장 안은 낯선 이국인들이 마치 그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활보하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겨우 호기심을 누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초록빛의 운동장에는 하얀 트랙이 타원형으로 길게 둘러쳐져 있고 선수들이 이곳저곳에서 그들만의 경기들을 하고 있었다.

대형 필드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매우 작게 보였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 오히려 TV로 보던 긴박감이나 벅찬 감정은 들지 않았다. 장대높이뛰기 종목에서 간혹 파란 하늘 위로 솟구치는 선수들의 작은 몸집이 보일 때 탄성이 나올 뿐이었다. 경기장 안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100m 결승에 관심이 집중된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운동장 안을 우렁차게 울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대통령 내외가 왔다는 것을 알렸다. 우리는 보이지는 않으나 멀리서 손을 흔드는 모습에 우레와 같은 손뼉을 쳤다.

이 한 공간에 각 나라의 육상 대표 선수들과 수많은 외국인들과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이 벅찬 감동과 함께 그 운동장이 하나의 대형 액자처럼 내 머릿속에 박혔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총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달려 나가는 선수들의 긴 다리를 보며 ~~”하는 함성이 그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 울림이 세 번 이어지기도 전에, 그리고 우리의 눈이 미처 결승선에 닿기도 전에 선수들은 이미 결승선을 넘어 달리고 있었다. 순간이었다. 눈도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찰나와 같은 시간이었다.

금메달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벤 존슨이라는 선수가 따게 되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끝나 버려 나뿐만 아니라 운동장 가득 허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 9.79초라는 세계신기록이 그날 달성되었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으니 얼마나 빨리 끝났겠는가! 이후 그 기록은 약물 중독이라는 안 좋은 일로 무효가 되었고 2위였던 칼 루이스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세기의 경기가 그렇게 빨리 끝나자 우리는 필드에서 계속 이어지는 다른 비인기 종목의 육상 경기를 구경하였다. 선수들의 준비하는 모습, 긴장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 하나하나 그 긴장감이 100m 경기가 끝나자 비로소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큰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여전히 울긋불긋 물결을 이루었다.

그때의 꿈같은 장면은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퇴색하지 않은 칼라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새겨져있다.

버스를 타고 잠실 운동장을 지나칠 때면 그때의 화려한 장면과 큰 함성이 항상 내 마음을 울리곤 한다. 그리고 넉넉한 배를 내밀고 우리의 함성을 품던 그때의 모습대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을 보면 화려한 불을 품은 도자기 가마를 보는 듯하다.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고층으로 변화하여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지금도 종합운동장은 고풍스러운 모습 그대로 수많은 세계적 공연을 해내고, 한류 주역 K-Pop 그룹들의 화려한 공연들과 프로 야구 경기를 수 없이 하면서 그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들을 품고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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