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 특별함보다는 다양함으로

2019.12.18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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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보다는 다양함으로 작품 요약정보

이 름

제 목

특별함보다는 다양함으로

작품요약

필자에게 잠실종합운동장은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42.195km를 경험하게 해줬고, 특별함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희망을 본 공간이다.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

필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별 달리 특별할 것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평범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필자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보통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 하고 있는 그저 1인분의 삶조차 감당하지 못 하는 자신과 마주했다.

특출 나게 학업을 잘 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목표를 갖게 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해냄으로써 성취감을 맛 봤던 기억도 몇 손가락 안에 들었고,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기도 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 것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수록 자존감은 점점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자존감으로 인해 삶의 무기력과 권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렇게 찾아온 슬럼프로 인해 필자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조차 큰 산을 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자괴감에 빠질수록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에서 머릿속 생각을 비우고자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면 기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라는 내용을 봤다. 그것이 정말인지 궁금했다. 평소 달리기에 관심도 1조차 없었던 필자는 곧바로 체육복을 입고 집 앞에 있는 자전거 도로에 나갔다.

200m조차 안 되는 거리를 뛰었는데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머리는 띵했다. 이런 작은 달리기조차 못 하는 자신을 보니 더욱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마라톤 완주를 생각하고 나갔지만 현실은 200m 달리고 포기했다. 그날 저녁,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국군에서 요구하는 기초체력검정으로 달려야 하는 3km 정도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지구력과 인내력을 키워보기로 다짐했다.

처음 200m조차 달리지 못 했던 필자는 매일같이 꾸준히 달리기를 했고, 이제는 매일 3km 이상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됐다. 평범하다는 것은 아무 노력도 없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작지만 꾸준히 지속해온 수많은 노력들이 모여야 비로소 평범함을 형성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되지 못 했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 필자가 그동안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달리다보니 조금씩 달리기 매력에 빠져 들었다. 달리는 순간 러너스하이(runner’s high :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는 맑아지는 느낌)을 경험했고, 달리기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 했던 여러 풍경들을 목격하게 됐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과 중랑천을 벗 삼아 달리다보면 주변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러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즐겁게 달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하고 난 후에는 더욱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했다. 이렇게 즐거움을 선물해준 달리기를 더욱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해준 2가지 동기 요인이 있다. 먼저 첫째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인생 첫 마라톤 대회는 2012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달리기대회였다. 당시 10km 부문을 신청했다. 그동안 나름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초반에는 달렸지만 점차 호흡이 가빠지며 힘도 빠졌다. 그렇게 힘들게 조금이나마 남은 체력을 쥐어짜며 완주했다.

먼저 초반에 자신의 페이스보다 더 빠르게 달렸다. 주변에서 빨리 달리는 모습을 보니 왠지 그것에 맞춰서 뛰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후반부에 완주할 수 있는 체력까지 썼던 것이라 생각한다. 마라톤은 긴 호흡으로 완주를 위해 자기가 달릴 수 있는 페이스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아쉬움을 디딤돌삼아 이후 더욱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 꾸준히 각종 대회에 참가했고, 하프(21.0975km) 코스도 여러 번 완주하게 됐다. 처음 200m조차 달리지 못 했던 필자가 조금씩 러너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2015년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목표 중 하나였던 풀코스(42.195km)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중앙마라톤을 뛰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뛰었던 풀코스 마라톤은 하프코스 마라톤과는 차원이 달랐다. 30km 이후부터는 체력보다도 정신력으로 달렸던 기억밖에 없다. 죽을힘을 다해 뛰어서 완주했다. 당시 완주 기록은 3시간 507초로 인생 첫 풀코스 마라톤을 Sub-4(4시간 이내 완주)를 해서 매우 뿌듯했다.

마라톤은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우선적으로 하는 스포츠이다. 적게는 10km 길게는 42.195km 이상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달려야 하고, 그 끝에는 완주라는 기쁨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뿌듯함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은 인생에서도 값진 경험으로 작용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앞서 찾아왔던 슬럼프의 늪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왔고,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마라톤을 달린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게 됐다.

비록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새로운 생각 그리고

풀코스 완주 이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달리기를 하던 필자는 새로운 풍경을 봤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끈을 연결해 달리고 있는 두 명의 러너 모습이었다. 그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행복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다. 혼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무척 많이 봤었는데, 그렇게 둘이서 함께 달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자세히 조끼에 적힌 글을 보니 'VMK 빛나눔'이었다. 그들은 한 명은 시각장애인이고 나머지 한 명은 그들의 눈이 되어주는 빛나눔 동반자(비장애인)이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해 그 다음부터 함께 VMK 훈련에 동참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해준 두 번째 요인이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여름에는 8, 겨울에는 9시 남산에서 함께 만나 준비 운동을 한 뒤 13km에서 19km 달리기 훈련을 진행했다. 함께 하나의 끈을 쥐며 달렸다. 또 함께 달리면서 여러 얘기도 나누니 시간은 금방 갔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자고 생각이 조금씩 필자에게는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시간이었다. 마치 한 주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현재 필자는 직업 사정상 평일에는 지방(충남)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오는데 VMK 빛나눔 활동 덕분에 매주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지고 있다. 그렇게 1여 년을 넘게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대회 동반주도 하며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고 그 생각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 했던 것들이나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까지 얻게 됐다.

 

첫 번째 풀코스 동반주 그리고 아쉬움

2019년 필자는 총 2번의 풀코스 vmk 빛나눔 동반주를 뛰었다. 우연의 일치로 모두 대회 출발지가 잠실종합운동장이었다. 첫 번째 풀코스 동반주는 31일에 열렸던 3.1운동 10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였다.

이 대회 풀코스 동반주 매칭 과정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원래는 하프 동반주로 뛸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풀코스 동반주 한 분이 참석이 어려워져서 부탁을 받고 급 매칭이 되었다. 풀코스 동반주를 연습해본 분도 아니었고, 풀코스는 오랜만에 뛰는 것이었기에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풀코스를 함께 뛴 VMK 선생님은 필자 아버지와 동년배로 마치 아버지와 함께 뛰는 느낌이었고, 주로에서 우리를 보며 따뜻한 배려와 응원을 보내준 분들 덕분에 안전하게 완주했다. 4시간 2341. 4시간 30분 이내 목표 달성해서 기뻤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대회 임박해서 배번 변경이 불가해 하프 배번을 달고 풀코스를 달렸다는 점과 좀 더 많은 연습과 훈련없이 뛰어서 더욱 재밌게 달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 더 열정적으로 VMK 훈련에 참여하고 대회동반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풀코스 동반주,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42.195Km

그렇게 틈틈이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한 뒤, 2019113,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앙마라톤에서 이름이 바뀐 JTBC 마라톤 풀코스 동반주로 뛰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더욱 준비된 몸과 마음가짐을 갖고 대회장에 갔다. 이전보다 더욱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회장도 더욱 활기가 넘쳤고, 대회 주최 측에서는 VMK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부스도 제공해주고, 보다 안전한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맨 앞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리고 그렇게 대회를 준비하는 VMK 선수들을 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설렜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마라톤 완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VMK 선생님을 안내하는 것이고, 주로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수많은 러너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방해가 되지 않게 배려하며 달리자는 2가지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출발, 초반 페이스는 가볍게 서로 발장단과 호흡을 맞춰가며 천천히 뛰었다. 열심히 달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주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힘을 얻었다. 처음보다는 더욱 단련된 체력 덕분에 대회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며 뛸 수 있었다. 그렇게 뛰다보니 그동안 앞만 보며, 기록 내기 급급하며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만 생각하며 달리던 필자가 보지 못 한 수많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이렇게 VMK 선수와 빛나눔 동반주가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시각장애인이 이렇게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는 사람부터 달리는 모든 주자들을 위해 대회 참가자보다 먼저 응원구간에서 여러 간식과 먹거리를 준비하며 나눠주는 사람들 등 그동안 잊고 지낸 모습들을 보다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감명 깊었고, 달리던 필자가 뭉클했던 장면은 조금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느 한 분은 양팔이 없는 분이셨는데 힘겨운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분을 보며 급수대에 서있던 몇 명의 학생은 물과 먹거리를 들고 그 분에게 뛰어가서 보다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뒤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따뜻한 박수와 뜨거운 응원을 건네는 모습을 봤다. , 두 다리가 없이 휠체어를 끌며 달리던 분이 오르막길에서 휠체어가 느려지자 뒤에서 어느 한 분이 휠체어를 끌려 오르막을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필자의 가슴은 더욱 뜨거워졌다. 특별해보일 수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배려하고 함께 해주는 가장 보통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매우 따뜻한 곳이며 희망이 가득한 공동체임을 느꼈다. 이러한 모습뿐만 아니라 VMK 동반주자단에게 보냈던 수많은 배려와 격려는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따뜻한 배려와 아름다운 장면 덕분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게, 안전하게 완주했다.

기록은 4시간 1840초였다. 뛰고 났을 때의 마음은 완주했다는 느낌보다 달리는 순간 봤던 소소한 배려와 함께 어울리는 그런 모습들이 준 행복감이 무척 컸다.

 

위대한 일은 없다.

오직 작은 일들만 있을 뿐

마라톤 코스는 모두 시작점과 결승점이 같다. 그 먼 길을 완주한다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어려울 수 있다. 또 마라톤을 도전하는데 있어서 장애인은 안 된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마라톤 현장에서는 모두가 같은 완주를 위해 자기만의 드라마를 써나가는 작가인 것이다. 장애인이 달리기를 한다 해서 그것은 특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다양함의 관점으로 봐야한다.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한다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을 돕는 필자와 같은 빛나눔 동반주자단은 더욱 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그렇게 평범한 이웃들의 작은 마음들이 모여 따뜻함이 전염되어 보다 포근한 이불로 차가운 마음을 따뜻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실제 VMK 빛나눔 동반주자단 활동을 하며 보다 행복해진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갖고 함께 동참하게 된 지인들, 한 번이라도 직접 경험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의 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대한 일은 없다. 오직 작은 일들만 있을 뿐이다. 그걸 위대한 사랑으로 하면 된다.' 한 평생을 남을 위해 헌신했던 마더 테레사가 남긴 명언이다. 맞는 말이다. 필자 역시 VMK 빛나눔 동반주자단을 하는 것은 굉장히 작은 일이다. 하지만 그 작은 일에 동참하는 우리 주변 이웃들이 많아지고, 그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면 위대한 사랑이 만든 큰 감동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본다.

 

필자에게 잠실종합운동장은 인생 처음 풀코스 마라톤을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며 죽을힘을 다해 달렸던 기억과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한 배려가 넘쳐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달리면 더욱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다는 지혜를 직접 몸소 느꼈던 장소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봤던 희망의 씨앗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가장 보통의 다양한 사람들의 위대한 사랑이 모여 위대한 사랑의 꽃을 피워 사람 사는 향기가 가득한 세상으로 천천히 나아가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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