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 나 홀로 잠실구장에

2019.12.18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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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잠실구장에 작품 요약정보

이 름

제 목

나 홀로 잠실구장에

작품요약

2018724, 잠실구장에 생애 첫 원정경기를 혼자서 갔다온 날의 기억을 담은 글입니다. 잠실구장에 가게된 계기와 있었던 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명언이 나를 야구팬의 길로 끌어들였다. 아버지는 프로야구 출범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삼성 라이온즈를 사랑하는 원년 팬으로서 비시즌마저 야구 기사를 보며 야구를 기다리셨다. 그렇기에 매 저녁 나는 야구를 강제로 시청해야했고 소심한 반항을 하다가 아버지의 끈질긴 야구사랑을 꺾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야구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기에 억지로 즐기게 된 야구는 생각보다 많이 재밌었고 나는 그렇게 친구들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있을 때 선수들을 응원하는 조금 특이한 여중생으로 성장했다.

내가 중학생 때는 삼성 라이온즈가 왕조시절이라 불리던 4연속 우승의 시기였다. 2011, 2012, 2014년은 잠실구장에서 우승의 순간을 맛봤고 2013년도에는 두산과 경기였기에 잠실에서 3,4,5차전 경기가 열렸다. 우승을 확정하고 중계가 끝날 때 캐스터가 외치는 여기는 잠실입니다는 꼭 언젠가는 저 공간에 있고 싶다는 소망을 만들어냈다. 그때는 중학생이었기에 꼭 성인이 되면 플레이오프를 보러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2015년을 마지막으로 삼성은 플레이오프는커녕 포스트시즌도 못가는 성적표를 내는 팀이 되어버렸다. 어린 나의 소망이 꽤 오래 걸리겠구나 하는 마음에 플레이오프는 아니라도 잠실구장이라도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료하던 나는 그렇게 뜬금없이 잠실구장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 참고로 경상북도 영천시에 살고 있어 서울로 가려면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야 했다. 경기일정을 보니 6일 뒤에 잠실에서 LG와 경기가 있었다. 일정이 일주일 이상이었다면 마음이 흐지부지되기 쉬웠지만 6일이라니, 가라는 신의 계시라는 생각에 표를 예매했다. 같이 서울을 갈만한 친구 중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이가 없었기에 나는 홀로 야구장에 가야했다. 부모님은 혼자 서울 가서 야구를 보고 온다는 딸을 말리셨지만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럴 줄 알고 나는 이미 모든 숙소와 차편까지 예매를 해두었다.

경기 일정이 다가올수록 마치 내가 출전을 앞둔 선발투수처럼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서 지면 어떡하나 하는 무의미한 고민을 하며 서울로 올라갔다. 숙소에서 선발투수를 찾아보니 이날은 삼성 양창섭 선수와 LG 차우찬 선수였다. 예전 삼성의 황금기를 같이한 차우찬 선수가 상대 투수여서 기분이 묘했다. 나갔지만 잘되길 바라는 선수였지만 맞대결일 땐 우리가 꼭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저녁5시가 되고 나는 야구장에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가방에 유니폼을 챙겨들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TV에서만 보던 잠실구장에 간다는 설렘과 동시에 홀로 낯선 곳에 처음 간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종합운동장 역에서 열차가 정차하고 그렇게 지하철에서 내렸다. 혹여나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역에 내리자 그런 고민은 할 가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에서부터 야구의 향기가 물씬 났다. 사람들은 유니폼을 걸치고 손에는 막대풍선을 들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 풍경에 내가 진짜 야구를 보러 왔구나 하는 자각이 됐다. 지하철 편의점에서도 박스 치킨을 파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 갔다. 역 위로 올라오니 바로 눈앞에 잠실야구장이 있었다. 내부는 늘 TV로 봐서 아는데 겉모습을 본 적은 없어 새로운 기분이었다. 깨끗했지만 오래되었다는 게 느껴지는 외벽에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쭉 달려온 잠실구장의 역사가 느껴졌다.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오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했던 터라 곧 경기가 시작되었기에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올라갈 때 경사로를 따라 가야했는데 높게 올라가니 옆에 있던 체육관들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이렇게 큰 운동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신기했다. 자리를 찾아 올라가는 길에 관객석 위로 보이는 푸른 빛깔의 잔디로 인해 점점 심장이 두근거렸다. 경기장에 오기 전까지 서울의 풍경은 회색빛이 가득했는데 잔디밭의 푸른빛을 보니 도심 속 오아시스를 찾은 듯 했다. LG의 경기시작송이 들리고 응원석에서는 북소리가 울렸다. 경기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북소리가 심장과 같은 박자로 뛰는 듯했다. 그리고 내 자리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섰을 때 탁 트여 있는 푸른 하늘과 눈 부실만큼 푸른 잔디가 펼쳐졌다.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더 소름 돋았다. 현대해상, 대방건설, 홈런볼 등이 적힌 펜스와 바닥에 적힌 광고 문구들, 가끔 공이 조명에 들어가 실책이 나왔을 때 늘 카메라가 보여주던 조명까지 모든 것이 다 반가웠다. 각 팀의 깃발들이 관객석에서 펄럭이고 있는데 플레이오프 때가 생각이나 기분이 묘했다. 어색하게 홀로 자리에 앉았지만 이내 야구장의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선수들은 잔디 위에서 일제히 몸을 풀고 있었다. 많이 뒷자리라서 잘 보일까 걱정했지만 꽤 잘 보이는 자리였다. 전광판에서 경기시작 화면이 뜨고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이 연달아 진행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양 팀 선수들이 각자 제자리를 찾아가고 삼성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운 좋게도 삼성 응원단이 오는 시리즈여서 어웨이팀이지만 응원가도 틀고 신나게 응원했다. 1회에 볼넷과 안타, 그리고 러프선수의 홈런으로 1회부터 3점 홈런이 나왔다. 공은 사실 잘 안보였지만 방망이의 딱 소리가 홈런임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1회부터 이래도 되나 하면서도 좋았다. 2회에 볼넷, 안타, 펜스를 때리는 2루타까지 2점을 추가했다. 잘되는 날의 전형적인 경기였다. 호수비가 연달아 나오고 꼭 쳐야할 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회에 강민호 선수의 홈런이 나왔다. 신나는 마음으로 5회 클리닝 타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현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TV로 나오는 것이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6회가 갑자기 시작되었다. 6회에 안타와 볼넷 그리고 이원석의 3점포가 터졌다. 전화를 하다가 너무 이기는 것이 아니냐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연이은 안타로 11:0 까지 되었다. 7회에 LG의 홈런이 있었다. LG 채은성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 홈런이 나와서 절대 안 불러야지 다짐했다. 9회 말에 만루를 채워 걱정했지만 다행히 실점 없이 경기가 끝났다. 선수단이 전부 나와 인사를 하고 경기가 끝났다. 경기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의식도 못한 사이에 밝던 하늘은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이대로 가는 것이 아쉬워 빈 경기장 사진을 한 장 찍고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거의 다 나왔을 때 삼성의 김시진 선수 마킹의 유니폼을 입은 팬 한명이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 뭔가 저쪽에 일이 있는 것 같아 따라갔는데 그곳은 선수들이 버스를 타는 곳이었다. 라이온즈 파크는 선수 출입구가 따로 있어서 가까이서 선수들을 볼 기회가 잘 없는데 잠실구장은 열려있어서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선수씩 나올 때 마다 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고 그날의 mvp였던 선발 양창섭 선수를 마지막으로 버스는 떠났다. 이제 나도 잠실야구장을 떠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돌아서서 지하철로 걸어가며 진짜 내가 보고 온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실구장 안에서의 일은 또 다른 독립적인 날처럼 느껴졌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집중하면서 봐서 인 듯 했다. 숙소에서 스포츠채널을 트니 아까까지 내가 보고 있던 잠실구장의 풍경이 TV 화면 속에 가득 찼다. 원래였으면 흔한 경기 중 하나였을 텐데 직접 보고오니 영상 속 동작 하나에 내가 보고 들었던 그 환호성과 분위기가 떠올랐다.

벌써 1년하고도 2년이 다되어가는 날의 기억이지만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잠실구장에서의 일은 생생하게 재생된다. 오죽했으면 내 앞의 팬이 무슨 마킹을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난다. 잠실구장은 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었으며 한 번의 경험으로 내게 평생 잊혀 지지 않는 추억이 담긴 구장이 되었다. 언젠가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설령 못가더라도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여기는 잠실입니다외칠 수 있는 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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