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우수상 :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BTS LOVE-SPEAK YOURSELF 콘서트

2019.12.18 | 관리자
조회 2715

 

이 름

제 목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BTS LOVE-SPEAK YOURSELF 콘서트

작품요약

뚱뚱한 외모와 남들과는 다른 가정 환경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으로 우울감에 빠져있던 한 소녀가 방탄소년단을 만나고,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캠페인과 콘서트로 인해 자신을 사랑할 용기를 내게 된 이야기.

 

나는 잠실 운동장에 가 본 적이 없었다. 88올림픽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각종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체육대회? 너무 싫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뚱뚱했고, 그 사실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수험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변치 않고 내 발목을 잡았다. 운동이 싫어서 살이 쪘고, 살이 찌니 몸이 둔하고 무거워 운동을 잘 하지 못했다. 악순환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반에서 체육 시간마다 발야구를 했는데 나는 빠르게 뛰지도, 공을 잘 차지도 못해서 내가 공을 찰 차례가 되면 반 아이들 모두가 야유를 터뜨렸다. 일주일에 세 번씩 있는 체육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싫었고 남들은 공부 안 하고 논다고 좋아하던 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한 달 전부터 다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발이 줄에 걸려 단체 줄넘기가 끝나면 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렇게 자라온 나는 체육대회는 관람하는 것도 질색할 정도가 되었고 운동장, 체육관은 지나가며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내게 운동장, 체육관, 스포츠는 늘 상처였다.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로 유년기를 보내고 자라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앞서 언급했던 체육시간마다 받았던 야유는 일도 아니었다. TV를 틀면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비만인 여자 연예인을 등장시키고 함께 허리를 찾아보자며 웃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 찐 사람의 별명은 백이면 백, 돼지였다.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누구도 내게 농담으로라도 많이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뭘 먹으러 간다고만 하면 가족들은 살 찌려고 작정했냐고 하며 한번도 그냥 맛있게 먹고 잘 놀다 오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가족들에게 뭘 먹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억할 수 있게 된 후, 학창시절을 보내고 수능을 보고 어른이 될 때까지 난 한 번도 나 자신을 사랑해 본 적 없었다. 항상 내 외모를 점검하고 체중을 재며 허벅지가 좀 더 가늘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좀 더 작았으면 좋겠다, 턱살을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다는 자존감이 없었다. 학교에서 자존감 테스트를 하면 항상 매우 위험한 상태가 나왔다. 당연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는 물론이고 나를 보호하고 사랑해줘야 할 가족까지도 매일 나를 몰아세웠으니까.

 

나는 항상 벼랑 끝에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상처받으면 바로 끝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중학교 때 친구 관계와 학업 둘 다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는 항상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내가 없어져도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왜 태어났는지 알고 싶었지만,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 악 물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8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타지로 출장을 다니셔서 한 달에 두 번 얼굴을 보고 살 그 때, 나는 철이 없었고 남은 가족들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오빠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 흔한 사랑한다 한 마디도 없이 그저 같이 살아만 갔다. 우울감이 점점 깊어져 나를 덮치고 끌어내리려 할 때, 깊은 심해로 끌려들어갈 그 순간에, 방탄소년단을 봤다.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들으며, 바람 앞에 놓인 작은 촛불을 겨우겨우 지켜냈다. 언젠가 수능을 보고 자유로워지면, 지금 당장의 이 학업과 대학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면, 직접 방탄소년단을 보러 가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살이 쪘고, 체육이 싫고,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지만 직접 내 두 눈으로 그들을 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는 미련으로 기어이 5년을 버텼다.

 

그렇게 삶을 지켜내 가게 되었다. 내 생의 첫 잠실을, 2018 BTS LOVE YOURSELF 콘서트를. 스포츠는 질색하여 경기장 한 번 와 본 적 없는 내가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다니, 정말 상상할 수도 없었다. 몇 만 명의 사람들이 그 넓은 잠실 종합 운동장을 채우고 있었다. 사실 난 내 체격과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온 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걸어 들어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의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콘서트가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LOVE YOURSELF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준비한 기획 시리즈이다. ()-wonder, ()-her, ()-tear, ()-answer로 이루어진 시리즈로, ()-wonder를 제외한 세 앨범의 타이틀 곡이 각각 DNA, FAKE LOVE, IDOL이다. 20179월에 시작해 20188월에 마지막 곡을 내고 끝난 이 긴 프로젝트 끝에, 17년의 가을부터 18년의 여름까지 긴 시간과 기승전결의 끝에 결론은 자신을 사랑하라 말해준 방탄소년단에게, 난 목숨을 빚졌다.

 

18년 여름날의 그 콘서트에서, 수만의 아미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던 그 때를 절대 잊지 못한다.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단순히 나를 사랑하라가 아니라, ‘네가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이기 때문에. 이 가사에서 는 듣는 청중, 즉 이 글을 쓰고 있는 를 가리킨다. 이 노래 가사의 뜻은 방탄소년단의 팬인 내가 방탄소년단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이유를 알려줬으니 그걸 알려준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담고 있다.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함께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항상 알면서도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를 알기에 죽지 못해 살아왔고 항상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내게, 삶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내게, 삶의 의미는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방탄소년단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 밤이, 그 공연날이 아직도 꿈만 같이 느껴진다.

 

잠실 주경기장에서의 콘서트가 끝나고 나는 현실의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에 실패해 비만인 여학생이지만, 나는 더 이상 눈치 보며 살지 않는다. 스포츠를 정말 싫어했지만 요즘은 건강을 위해 수영을 배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피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말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좋은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책을 읽으며 하나뿐인 내 삶을 더 윤택하게 가꾸고 싶다.

201910,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콘서트가 열렸었다. 20188월에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시작했던 월드투어가 12개월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서 종료된 것이다. 나는 3일간의 콘서트에 모두 갔다. 다시는 같은 리스트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웠지만, 잠실 주경기장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같으나 그 껍데기 안에 들어있는 마음은 180° 달라져 있다는 게 느껴져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을 사랑할 것이고, 나 자신 또한 사랑할 것이고, 더는 스포츠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억을 가지고 나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내 삶을 바꿔준 방탄소년단과 잠실 운동장에서의 콘서트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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