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 잠실운동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장려상 : 7학년 1반, 그 젊음의 추억

2019.12.18 | 관리자
조회 1743

 

7학년 1반, 그 젊음의 추억 작품 요약정보

이 름

제 목

7학년 1, 그 젊음의 추억

작품요약

2년 전 70대에 접어든 나와 친구들은 젊은 기운을 받기 위해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싸이콘서트에 다녀왔다. 젊은이들 틈에서 에너지를 받은 우리는 나이가 들고 몸은 늙었지만 숨쉬고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나에게는 험난한 인생을 함께 헤쳐 온 오래된 고향 친구 두 명이 있다. 우리 셋은 스무 살 때 나란히 서울로 올라와 한동안 방 한 칸에서 함께 지내며 눈물 젖은 빵을 나눠먹기도 했다. 각자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후에도 우리는 서로의 생일이나 명절을 전후로 한 번씩 뭉치며 꾸준히 우정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제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나서는, 다시 옛날처럼 모여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다니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정신과 의식까지 늙도록 방치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젊음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마추픽추를 보러 페루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을 만큼 우리는 젊게 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나 또래들보다 최소한 10년 이상은 더 젊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반복되는 여행으로 슬슬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 친구 한명이 여행 이외에 색다른 경험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싸이 콘서트에 가서 온 몸을 써서 신나게 즐겨 보자는 것이었다. 평소부터 싸이라는 가수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왕이면 젊은이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했다. 다만 7학년 1반에 이른 우리의 노쇠한 육신이 광적인 싸이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튼튼할지 걱정되기는 했다.

우리가 딱히 나이 때문에 그동안 도전을 못해본 건 없었지만, 싸이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그래, 맞아. 우리 며느리가 그러는데 싸이 콘서트에 가면 관중석을 향해서 물을 엄청 뿌린다는 데 괜찮겠어?”

야야.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런 콘서트에 가보겠어. 색다르고 좋겠네. 괜한 걱정하지 말고 그냥 저질러보자~”

결국 우리는 긴 논의 끝에 싸이 콘서트를 관람하기로 결정했다. <싸이 흠뻑쇼! SUMMER SWAG>라는 콘서트 부제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싸이 콘서트는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티켓을 예매하는 과정에서 지정석 외에도 스탠딩 좌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과감하게 스탠딩석을 티켓팅 했다. 안전을 위해 노약자, 임산부 등은 관람을 삼가시기 바란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우리는 노약자가 아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들은 며느리는 지정석으로 바꾸라며 걱정했지만, 나는 평소 수영과 등산으로 다져진 내 체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싸이 콘서트의 드레스코드는 블루. 우리 셋 역시 콘서트 당일 파란 티셔츠를 챙겨 입었다. 들뜬 마음으로 잠실종합운동장역에 다다르니 지하철 안에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파란색 수영복을 입은 청년들도 있었고, 파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리폼해 개성 있게 차려 입은 젊은 아가씨들도 눈에 띄었다.

역에서 내려 우르르 줄지어 올라가는 관객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젊은 청춘들 속에 섞여 있으니 화려한 청춘의 열기와 열정이 저절로 실감돼 어깨가 들썩거렸다. 88올림픽의 성지였던 잠실운동장에서 이제는 이렇게 초대형 가수의 공연이 개최된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시민들에게 스포츠를 넘어서서 예술과 문화의 감성을 채워주는 복합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게 새롭고 신기했다.

보조경기장 앞에 싸이 콘서트의 마스코트인 싸이 풍선인형이 서 있었다. 그 순간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녀들처럼 달려가 풍선인형 앞에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마치 꿈 많고 장난기 많던 풋풋한 여고생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주변의 수많은 인파는 풍선인형 앞에서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보조경기장 밖은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그렇게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우리는 입구에서 나눠준 파란 비닐백과 파란 우비를 손에 쥐고 자리를 찾아갔다. 보조경기장을 꽉 채운 2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가장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현장에 서 있다는 생각에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주변의 젊은이들이 하는 대로 야무지게 우비를 챙겨 입고 공연을 기다렸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가수 싸이는 마치 공연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가수 싸이는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고 긴 공연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저력에 박수를 보냈다. 보조경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열창을 할 때는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형 콘서트의 벅찬 감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아는 노래가 나올 때는 최대한 따라 불렀다. 가사를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는 몸과 마음을 분위기에 맡겼다. 가수 싸이의 넘치는 에너지와 관객들의 열정적인 호응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드넓은 보조경기장을 뚜거운 열기로 꽉 채웠다. 며느리의 말대로 공연 중간 중간마다 객석을 향해 물이 뿌려졌고, 우리 역시 젊은이들 틈에 끼어 자연스럽게 물비를 맞았다. 물로 예술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다.

얘들아, 여기서 우리가 제일 연장자 아니니?”

한 친구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호, 그런 것 같아. 70대에 싸이 콘서트 오는 할머니들은 세상에 우리 밖에 없을 거야. 안 그래?”

우리 앞으로 건강관리 더 잘해서 이런 데 많이 다니자. 진짜 너~무 좋다

우리는 그날 뜨거운 청춘의 현장 속에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도 마음만 깨어있다면 누구라도 청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그날 모처럼 제대로 살아 숨 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엔 우리도 꽤나 지쳤지만, 계속된 사람들의 앵콜 요청으로 열곡은 족히 더 부르는 싸이의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연이 끝나고 보조경기장을 빠져나올 때에는 다소 힘이 들어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싸이 콘서트가 전해준 엄청난 에너지에 취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여전히 싸이 콘서트에 다녀왔던 얘기를 꺼낸다. 그 사이 우리는 몇 번 번 더 다른 가수의 콘서트와 공연을 관람했지만, 그날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단연코 으뜸이었다. 70대라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일상의 추억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경험한 그날의 싸이 콘서트는 7학년이 된 우리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젊음의 추억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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